촬영 당일, 담당자가 해야 할 일은 현장 점검이 아닙니다

촬영 날짜가 잡히면 담당자분들이 자주 물으십니다. “당일에 저희가 뭘 준비하면 될까요?”

대개는 체크리스트를 기대하십니다. 주차, 전기, 대기 공간 같은 것들입니다. 물론 필요한 항목이지만, 그날 결과물을 좌우하는 것은 그게 아닙니다.

촬영 당일 담당자의 일은 현장을 점검하는 것이 아니라, 프로덕션이 짜 둔 촬영 계획을 따라가 주는 것입니다.

촬영 당일에 새로 결정하는 것이 많을수록 그날 촬영은 계획에서 멀어집니다.

촬영 계획은 이미 나와 있습니다

촬영 하루는 즉흥으로 굴러가지 않습니다. 어느 장소를 몇 시에 찍고, 장비를 어떤 순서로 옮기고, 인원이 어느 차에 타고 몇 시에 이동하는지가 미리 짜여 있습니다. 차량 동선까지 포함된 하루 단위 계획입니다.

이 계획은 해가 있는 시간, 장소 사용 허가 시간, 출연자 일정, 장비 세팅에 걸리는 시간을 모두 맞물려서 나온 결과입니다. 그래서 앞 순서가 30분 밀리면 뒤가 30분 밀리는 것이 아니라, 뒤에 있던 촬영 하나가 통째로 못 찍히기도 합니다.

야외 전통 건축물 앞에서 두 사람이 서서 촬영하는 장면
야외 전통 건축물 앞에서 두 사람이 서서 촬영하는 장면
밀짚모자를 쓴 인물의 얼굴을 야외에서 가까이 잡은 장면
밀짚모자를 쓴 인물의 얼굴을 야외에서 가까이 잡은 장면

야외 촬영은 시간이 한정된 작업입니다. 빛과 장소 사용 시간이 정해져 있어서 그 시간 안에 찍을 컷의 순서가 미리 정해집니다.

담당자가 할 일은 그 계획을 따라가 주는 것입니다

구체적으로는 이런 일들입니다.

담당자가 해 주시면 좋은 일이유
약속된 시간에 사람과 공간이 준비돼 있게 하기촬영팀은 이미 이동해 와 있습니다. 대기 시간이 곧 촬영 시간을 깎습니다
출연할 임직원의 일정을 그 시간에 비워 두기회의가 겹치면 그 사람이 나오는 컷 전체가 밀립니다
건물·설비 담당 부서에 미리 알려 두기당일에 허가를 받으면 그동안 촬영이 멈춥니다
현장에서 답할 수 있는 사람이 한 명 있어 주기질문이 생겼을 때 결정이 30분 걸리면 그만큼 못 찍습니다

마지막 항목이 특히 중요합니다. 현장에는 바로 답할 수 있는 담당자 한 분이 계시는 편이 좋습니다. 다만 이 역할은 새로 결정하는 사람이 아니라, 이미 정해진 것을 확인해 주는 사람입니다.

고속도로를 위에서 내려다보며 차량이 이동하는 항공 촬영 장면
고속도로를 위에서 내려다보며 차량이 이동하는 항공 촬영 장면
헬멧을 쓴 인물의 얼굴에 불빛이 비치는 어두운 배경의 클로즈업 장면
헬멧을 쓴 인물의 얼굴에 불빛이 비치는 어두운 배경의 클로즈업 장면

이동과 세팅에도 시간이 듭니다. 장소를 옮기는 일, 조명을 다시 치는 일은 촬영 시간이 아니라 촬영 사이에 들어가는 고정 비용입니다.

가장 위험한 것은 당일에 결정권자가 오시는 일입니다

실무에서 촬영이 가장 크게 흔들리는 경우는 장비 고장도, 날씨도 아닙니다. 촬영 당일 현장에 결정권자가 오셔서 무언가를 바꾸실 때입니다.

“이 장면은 빼고 저걸 찍자”, “배경을 바꾸자”, “이 사람 대신 저 사람이 나오자” 같은 말이 현장에서 나오면 그날 촬영은 계획에서 멀어집니다. 한 컷을 바꾸는 것으로 끝나지 않기 때문입니다.

앞뒤 컷의 연결이 어긋나고, 다음 장소 이동 시간이 사라지고, 세팅을 다시 해야 하고, 그 사이 해가 넘어갑니다. 결국 바꾸자고 한 컷도 못 찍고 원래 찍기로 한 컷도 못 찍는 상태가 됩니다.

왜 하나를 바꾸면 그날 전체가 흔들리나

촬영 계획은 목록이 아니라 사슬입니다. 각 항목이 앞뒤와 시간으로 연결돼 있습니다.

당일 변경 요청실제로 함께 움직이는 것
장면 하나 추가장비 세팅 시간, 다음 장소 이동, 출연자 대기
장소 변경허가 여부, 전기·소음 조건, 이동 차량 배치
출연자 교체의상·메이크업, 앞서 찍은 컷과의 연결, 동의 절차
구성 순서 변경빛의 방향, 이미 철수한 장비, 남은 촬영 시간

그래서 촬영 당일의 변경은 비용이 아니라 가능 여부의 문제가 됩니다. 돈을 더 들여도 그날 해가 다시 뜨지는 않습니다.

인터뷰 화면과 실험 장면이 좌우로 나뉘어 함께 표시된 장면
인터뷰 화면과 실험 장면이 좌우로 나뉘어 함께 표시된 장면
인물의 얼굴을 어두운 배경에서 가까이 잡은 장면
인물의 얼굴을 어두운 배경에서 가까이 잡은 장면

인터뷰는 특히 되돌리기 어려운 촬영입니다. 조명과 카메라를 세팅한 뒤에 배경이나 출연자를 바꾸면 앞서 찍은 분량과 톤이 맞지 않게 됩니다.

그래서 결정은 촬영 전에 받아 두셔야 합니다

해결책은 단순합니다. 결정권자의 확인을 촬영 전에 끝내는 것입니다.

촬영 전에 스크립트와 스토리보드가 나옵니다. 이 단계에서 어떤 장면을 어떤 순서로 찍는지가 그림으로 확정됩니다. 결정권자가 봐야 할 자리는 촬영장이 아니라 이 문서입니다.

스토리보드 승인을 받아 두면 촬영 당일에는 확인할 것이 남지 않습니다. 담당자는 계획대로 진행되는지만 보시면 됩니다. 저희가 스크립트·스토리보드·종합편집 3단계로 나눠 진행하고 단계마다 확인을 받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촬영 전에 정해 두면 좋은 것들은 킥오프 미팅에서 정해야 할 9가지에 정리해 두었습니다.

관련 포트폴리오

아래는 여러 장소와 인터뷰가 함께 들어간 브랜드필름입니다. 이런 작업일수록 촬영 순서와 이동이 미리 짜여 있어야 하루 안에 끝납니다.

현장은 결국 사람이 굴립니다

마지막으로 하나만 더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촬영 현장에는 카메라, 조명, 음향, 연출이 각자 자기 일을 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계획대로 굴러가는 하루는 이 사람들이 서로 맞물려 움직인 결과입니다. 제작사도 담당자님의 회사와 마찬가지로 사람이 굴리는 회사입니다.

현장에서 스태프를 어떻게 대하시는지는 생각보다 그날 결과물에 남습니다. 분위기가 굳으면 “한 번 더 가 볼까요”라는 말이 나오지 않습니다. 그 한 번이 쓸 만한 컷과 그냥 찍힌 컷을 가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거창한 것을 부탁드리는 것이 아닙니다. 계획을 존중해 주시고, 필요한 것을 미리 알려 주시고, 현장에서 무리한 방향 전환을 하지 않으시는 것으로 충분합니다. 그렇게 진행된 촬영은 대체로 문제 없이 끝납니다.

밝은 배경에 유리 실험 기구를 놓고 촬영한 스튜디오 장면
밝은 배경에 유리 실험 기구를 놓고 촬영한 스튜디오 장면
검은 배경에서 제품의 렌즈 부분을 가까이 잡은 스튜디오 장면
검은 배경에서 제품의 렌즈 부분을 가까이 잡은 스튜디오 장면

스튜디오 촬영도 마찬가지입니다. 세팅과 순서가 정해져 있고, 그 안에서 반복해 찍으며 좋은 컷을 골라냅니다.

촬영 계획을 먼저 보여드립니다

촬영이 필요한 영상이라면 상담 단계에서 예상 촬영 회차와 하루 진행 순서를 함께 안내드립니다. 문의 후 이틀 안에 1차 제안서를 보내드리며, 제안서에는 기획 방향 A안·B안, 비슷한 조건에서 진행한 포트폴리오와 그것을 고른 이유, 항목별로 분해한 견적이 들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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